당직일을 끝내고
아버지와 함께 병원을 갔다.
오늘은 안과를 찾았다.
백내장 수술을 10년 전에 하셔서
계속 시력등에 문제는 없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당뇨가 있다.
내 나이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15살 때 정확히 기억이 난다.
그때 아버지는 갑자기 입원을 하셨는데
'급성췌장염' 제일 먼저 아버지가 얻은 병이었다.
아버지는 나의 학창 시절 알코올중독이었다.
무엇이 아버지의 삶을 그렇게 짓눌렀는지
지금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아버지가 미웠고 창피했다.
직업도 없었기에 눈을 뜨면 술로 시작하여
술로 마무리하는 삶. 최장 48일까지 기억이 된다.
술로 인해서 급성췌장염이 왔다.
아버지로서도
그 이른 나이 40대 초중반에 큰 병이 온 것이다.
그때부터 당뇨가 같이 발생하여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당뇨의 합병증으로는 다양하지만
일단 아버지에게는 먼저 시각적으로 찾아온 듯하다.
10년 전 백내장 수술을 하고
지금까지 당뇨로 인해 눈의 혈관들이 가끔씩 터지며
안과의 도움을 받고 있다.
4개월에 한 번씩,
집 근처 대학병원의 안과를 방문한다.
회백발에 머리는 듬성듬성 빠져있고
구부정하여 다리를 절뚝이는
어딘가 항상 불안한 모습, 당당하지 않은 모습...
어느새 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팡이를 집고 다니는 저 노인네의 노쇠한 모습에
나의 마음도 조금 노쇠해지는 것 같았다.
남들이 이야기하면
아직은 70대 초반의 나이지만
아직은 나열하지 않은 병명들. 수많은 합병증 들로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은 저 신체 상태를 생각하면
우울해지기도 한다.
아버지는 왜 그렇게 술을 드셨을까.
나는 그 이유를 안다.
이유에는 이해되지 않는 이유와 이해되는 이유가 있다.
나이가 점점 먹어감에 따라 이해되는 이유로 생각이 되지만
이유의 리트머스 종이가 점점 후자로
스며드는 이유는 뭘까는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을 생각해 본다.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 환경
나 자신이라고 아버지 처럼 되지 말란 법이 있을까.
두렵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지금 43살의 나이가
멀리 보면 30년도 채 안 남은 그런 인생인데
뭘 지금 긍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더 나를 꽉 채운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 오래 사세요 라는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그냥 사는 시간 동안 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오늘의 일상과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드센스 광고 게재 시작 (92) | 2024.06.16 |
---|---|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애환과 소망 (7) | 2024.05.19 |